taeyounkim LOG

영화 리뷰 : 테넷 (2020) 본문

Reviews/Movies

영화 리뷰 : 테넷 (2020)

taeyounkim 2021. 8. 29. 20:21
728x90

나의 평점: 9.5/10;

내가 뭘 본 건지도 모르겠는 영화


간만에 엄청난 영화를 봤다. 말이 안되는 수준의 영화이다. 코로나가 막 시작했던 2020년에 개봉을 하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치고는 엄청난 흥행을 거두지 못했으나, 이 수치를 뛰어넘는 위대함을 가지고 있는 영화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인셉션, 메멘토, 덩케르크, 인터스텔라와 같이 과학적 내용, 특히 시간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을 좋아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취향이 정확하게 잘 드러나는 영화였다. 그렇지만 그가 전에 제작한 영화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혼란과 충격을 관객들에게 안겨주었다.


기본적으로 영화를 한 번 봐서는 이해를 절대 못한다. 나도 영화를 두 번보고 유튜브에서 수많은 해석 영상들을 봤음에도 아직도 이해가 완벽하게 안가는 장면들이 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을 한 두번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을 그다지 권하지 않는다.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고 영화를 봤을 때 느끼는 그 스릴과 놀란 감독의 천재성은 우리의 입을 떡 벌어지게 한다.


영화 내내 주인공의 이름은 밝혀지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그를 "the protagonist", 즉 "주도자"라고 부른다. 주도자의 주된 목적은 9개의 알고리즘 (플루토늄-241)을 모아 세계를 멸망시켜버리려는 사토르의 계획을 방해하는 것이다.

존 데이비드 워싱턴은 덴젤 워싱턴의 아들이다.


그는 닐(Neil)과 함께 사토르의 아내를 위해 프리포트의 미술관에서 작품을 제거하려고 하고, 플루토늄을 탈취하기 위해 사토르와 총격전과 추격전을 벌이는 등 여러가지 작전을 수행한다.


영화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개념이자 많은 이들을 혼란으로 내몰았던 것은 "인버젼"이며, 이 과정을 거친 사람이나 물체는 역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영화에서 부자연스럽거나 의문점이 들었던 모든 것은 이것과 연관이 있다.

미술관에서 괴한과 마주치는 주도자가 싸우는 장면에서 괴한은 이상한 움직임을 보인다. 영상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괴한은 인버젼 된 총알을 사용해 총알이 총으로 다시 들어간다. 그리고 몸을 움직이고 뒤집는 장면을 보면 뭔가 부자연스럽다는 인상을 받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iWa0EGPgHrs


영화 후반부에 나오지만, 알고보니 괴한은 인버젼된 주도자였으며, 방어복을 입은 주도자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이 장면이 나온다. 이렇게 영화는 전체적으로 인버젼에 의해 내용이 펼쳐진다.


인버젼을 한 사람은 역행하는 세계의 공기를 마실 수 없다. 공기의 흐름마저 역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화 내에서 인물이 역행했는지의 여부는 산소마스크 착용 여부에 따라 구별할 수 있다.


영화 마지막의 명장면인 전투씬에서는 정방향의 시간 흐름을 가진 Red 팀과 인버젼된 Blue 팀이 협공하여 작전을 진행하는데,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블루 팀은 전투가 끝난 시간으로부터 역방향으로 빨간 팀을 위해 전투로를 열어주고, 시간이 정상적으로 흐르는 레드 팀은 블루 팀이 미래에서부터 이미 열어놓은 길을 통해 진격을 하는 동시에 블루 팀을 위한 퇴각로를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빨간 팀의 시간은 0에서 10분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고, 블루 팀의 시간은 10에서 0분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두 팀은 중간인 5분에서 한 순간 만나고, 그 이외에는 어떤 시간에도 겹치지 않는다.

그래서 빨간 팀이 진격을 할 때 블루 팀은 거꾸로 가는 동작으로 퇴각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고, 블루 팀이 진격을 할 때 레드 팀의 전투 막바지 모습이 역방향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마저도 말이 어려운 것 같다. 나도 맞게 말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


말로만 하면 전혀 이해가 되지도 않으며, 해설 영상을 한 번 보고 두 번 봐도 아마 이해가 거의 안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영화 원본 영상 링크와 양쪽 입장에서의 3d 해설 영상을 첨부할테니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은 납득이 갈 때까지 보면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ash8vDNcJBs


https://www.youtube.com/watch?v=2WZKi5kUub8&t=194s


영화에서는 많은 과학적인 내용들이 나오는데, 이런 종류의 영화를 만드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스러운 내용이었고, 많은 것을 이해하고 영화를 보면 감탄 밖에 나오지 않는다. 인버젼될 때 반대편 방에 비추는 역재생되는 자신의 모습이 모두 섬세한 과학적인 원리를 적용해서 만들었다는 것을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영화를 제작할 때 얼마나 많은 연구가 동반되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몇 가지 과학적인 개념들을 짚고 넘어가보자 한다. 인버젼에 대해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나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분석영상들이 많고, 나도 아직은 100% 이해했다고 장담은 할 수 없어 몇 가지 개념을 설명하고, 만약 나중에라도 인버젼 개념을 완벽히 이해하게 된다면 다른 포스트로 정리를 해보겠다.


할아버지 패러독스


"Grandfather Paradox"는 시간여행에 있어서 유명한 역설이다.
어떤 사람이 시간여행을 해서 과거로 간다고 쳐보자. 그리고 그 사람은 자신의 할아버지를 죽인다고 가정을 해보자.
여기서 엄청난 역설이 생긴다.

손자가 할아버지를 죽었다.
->
손자의 부모가 태어나지 못하니 손자는 태어날 수 없게 된다.
->
손자는 할아버지를 죽일 수 없게 된다.


이 상황이면 시간여행을 하는 손자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모순이 되는 것이다. 두 개의 상태가 중첩되어 존재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있다.

할아버지 패러독스를 쉽게 설명한 그래프


테넷에서도 이 역설이 언급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양자역학의 다세계 해석(many-worlds explanation)을 채택하여 할아버지 패러독스를 피해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평행우주"는 매 순간마다 우주가 갈라지고 있다는 가설에서 나온 용어이다. 매 순간 다른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 다른 상태의 우주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영어로는 "Parallel World"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서 내가 아침에 유리잔에 우유를 담아서 마시려고 할 때의 상황이 있다고 해보자. 그 우유잔 표면에는 물이 묻어있어 미끄럽다. 그래서 나는 실수로 그 우유잔을 떨어뜨려서 엄마한테 혼이 난다. 하지만 또 다른 우주에서는 우리가 우유잔을 놓지지 않아 엄마한테 혼나지 않는 또 다른 경우가 그 순간 생기는 것이다.

이를 할아버지의 패러독스에 적용해보자. 손자는 과거로 돌아가 할아버지를 죽였으나, 이는 이미 일어난 일과는 다르므로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이상 없이 살아있는 세계가 평행우주1이라면 할아버지가 죽어 손자가 태어나지 못하는 우주는 평행우주2로 평행우주1과 평행선 상에 존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손자가 존재하는 것에 대한 모순은 없게 되는 것이다. 테넷에서도 이를 이용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열역학 제2법칙 (Second Law of Thermodynamics)

 

"고립계의 엔트로피는 감소하지 않는다."


열역학 제2법칙이다. 이 법칙은 우리 세상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우리 세상의 모든 것은 엔트로피, 즉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엔트로피(entropy)는 S로 표현하며, S의 값은 절대적으로 정의를 할 수는 없으나, S의 상대적 변화는 정의할 수 있다.

엔트로피 변화량은 가역과정에서 계에 들어온 열량을 절대온도로 나눈 값이다.

그리고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delta S는 항상 0보다 큰 값을 가진다
.

  • (열이 전달되는) 칸막이를 경계로 차가운 물과 따뜻한 물을 접촉시켜두면 차가운 물의 온도는 올라가고, 따뜻한 물의 온도는 감소한다. 열은 뜨거운 쪽에서 차가운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차가운 물이 더 차가워지거나 따뜻한 물이 더 뜨거워지는 역방향으로는 자발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 물에 잉크를 떨어뜨리면 잉크 분자가 확산(diffuse)되어 결국에는 물에 완전히 퍼지게 된다. 그리고 물은 잉크의 색을 띄게 된다. 퍼져있던 잉크 분자가 다시 한 방울로 모이는 쪽으로의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테넷에서 인버젼된 사람이나 물체의 경우 순행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열역학 제2법칙을 거스르는 것처럼 보인다. 뒤집어져 있던 차가 다시 원래대로 복구되고, 발사되었던 총알이 다시 총 안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버젼된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신은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세상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열역학 제2법칙을 거스르는 부분이 없게 되는 것이다. 다만 시청자의 위치나 순행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그렇지 않게 되는 것이다.


시간의 화살

 


물리학의 대가 스티븐 호킹 박사는 시간의 화살에 대한 연구를 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호킹은 그의 저서 "시간의 역사"에서 시간의 화살에는 세 가지 측면이 있다고 한다.

1. 열역학적 화살
2. 우주론적 화살
3. 심리적 시간의 화살


열역학적 화살은 열역학 제2법칙의 무질서도 (엔트로피)가 한 방향으로만 증가한다는 말이다.
심리적 시간의 화살은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방향이 일정하다는 말이다. 우리는 과거를 기억할 수 있지만 미래에 대해서 기억을 할 수는 없다.
우주론적 화살은 우주가 빅뱅에 의해 탄생된 이후 지속적으로 팽창을 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세 가지 개념 모두 한 가지의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의미에서 "화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기억을 저장할 때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기억을 저장하는 과정이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 즉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외웠던 것을 까먹거나 기억을 잊는 경우도 있다는 반박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 개념을 이해할 때는 일반적인 경우를 떠올리도록 하자. 우리는 미래의 사건을 자발적으로 기억할 수는 없다. 오직 예전의 사건에 대해 기억하는 과정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따라서 열역학적 화살과 심리적 시간의 화살의 방향은 항상 같은 곳을 향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 개념은 테넷의 뿌리로 작용한다.

인버젼 장치 안에 들어가는 사람은 시간의 화살이 반대 방향으로 전환되지만, 심리적 시간의 화살도 같은 방향으로 가는 특성에 따라 순행하던 세계 속에서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간다. 따라서 순행하던 곳(과거)에서의 기억이 그대로 유지된 채로 역행하는 세상 속(미래)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너무나도 완벽한 영화이다.

정말 멋지게 과학적 사실들을 담아내었으며, 놀란 감독이 아니라면 이 개념들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감독이 있는가 싶다. 짜임새와 내용도 정말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안 봤다면 지금 당장 보는 것을 추천하는 영화이다.

끝!

another movie review by taeyounkim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