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eyounkim LOG

NYC_5 본문

Travel Logs/NYC 2020

NYC_5

taeyounkim 2021. 7. 22. 23:02
728x90

다가오는 6일차부터는 나름 강행군이 예정되어있었기 때문에 일정 면에서는 느슨했던 (걸어다닌 거리는 절대 느슨하지 않았지만) 4일차처럼 5일차도 그닥 빡센 일정을 잡아두지 않았다.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뉴욕"하면 생각나는 메인 이벤트나 투어 사이트들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이 말은 남은 일정동안 그곳들에 모두 방문을 하기로 예정이 되어 있다는 것이 된다.



#Day5


5일차의 일정이다.

웰링턴 호텔
->

워싱턴 스퀘어 파크
->
워싱턴 아치
->
워싱턴 스퀘어 분수
->
뉴욕 대학교
->
소호

day5


일정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정말 별다른 일정을 넣지 않은 하루였다. 잠시 쉬어가는 날도 필요하다 생각했으며, 너무 빡빡한 일정 속에서 움직이는 것은 투어 상품을 구매해서 움직이는 것과 다른 것이 없게 되기 때문에 자유여행의 장점을 살리고자 이 날은 느슨하게 가기로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또 느슨하지만은 않은 것이 뉴욕의 소호는 5번가 만만치 않게 힙하고 쇼핑의 천국으로 유명한 곳이다. 쇼핑을 좋아하는 우리 둘한테는 그야말고 지상낙원과도 같은 곳이 될 것이 분명했기에 오후를 오로지 소호에 할당한 의도도 있었다.

뉴욕의 아름다운 아침


뉴욕의 아침은 그 어느 때와 같이 아름다웠다. 영화 속에서만 보고 상상 속에서만 그리던 쌀쌀한 뉴욕의 아침 공기를 마시며 걷고 있다니 매일매일이 꿈만 같았었다. 여기에 뜨거운 커피까지 더하니 세상 그 어느 사람도 부럽지 않았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었다.


포스트 중간중간에 뉴욕 길거리를 찍은 것을 올리는데, 이 사진들은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주었을 때 무슨 필터를 사용했냐는 반응도 많이 있었다. 나는 여행 내내 그 어떠한 필터도 사용하지 않았으며, 항상 갤럭시 s10 기본 카메라만 사용하였다. 그만큼 뉴욕은 도시 전체가 조명이 잘 드는 하나의 스튜디오 같았고, 사진은 실물을 온전히 담아내지는 못한 것 같다.



#Washington Square Park


이 날의 일정은 모두 lower manhattan에 집중되어있었다. 작은 면적의 맨해튼이지만 로워 맨해튼과 어퍼 사이드 맨해튼은 확실히 분위기 차이가 있었다. 나에게 위쪽은 좀 더 정신이 없고, 도시도시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며 차가운 느낌을 주었다면, 로워 맨해튼은 따뜻하고, 한적하며, 서울로 따지자면 종로구와도 같은 인상을 주었다.

지하철을 타고 15분 정도 이동해서 마주친 워싱턴 스퀘어 파크는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적어도 전날 봤던 브라이언트 파크보다는 말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엄청 이른 아침이었고, 사람들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사진이나 동영상에서 보던 풍경은 보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워싱턴 스퀘어 파크

워싱턴 아치 앞에서 폼을 잡아봤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가운데 원형 공간에 분수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원래는 가운데에 분수가 나와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하는데, 겨울이였어서 그런지 분수는 그 당시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른 아침 산책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옆에는 산책을 즐기고 있던 사람들도 꽤 있었는데, 뉴욕이 큰 도시이다 보니까 차가운 이미지만 있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면 그런 생각이 없어지게 하는 아침 풍경이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New York University


NYU로 많이 알고 있는 뉴욕대학교는 워싱턴 스퀘어 파크 바로 옆에 있다. 사실 NYU는 캠퍼스가 그닥 뚜렷하게 구별할 수 않는다. 보통 대학교 캠퍼스하면 학교 건물들이 많고, 학생들도 많이 보이고, 학교를 대표하는 동상이나 유명한 건물이 있는 그런 곳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넓은 부지를 활용하여 다른 나라들의 대학 캠퍼스에 비해 훨씬 더 웅장한 규모의 캠퍼스를 짓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NYU는 그것과는 거리가 매우 멀다. 사실 우리는 학교가 어디있는지 찾는 데에도 애를 먹었다. 우리는 분명 구글 맵스가 가리키는 장소에 와있었는데, 학교는 보이지 않으니 답답했었다. 뉴욕대학교의 건물들은 높은 맨해튼 건물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blend되어 그저 도시의 일부로만 느껴졌다.

뉴욕대학교 현수막을 보고 겨우 이곳이 대학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Think Coffee


뉴욕으로 여행을 오기 전 나는 많은 뉴욕 배경 영화들과 여행 프로그램들, 그리고 요리 쇼들을 보며 여행 준비를 하였다. 그 중에서 가장 내게 큰 웃음을 줬던 쇼는 무한도전이었다. 2009년 방영된 무한도전 182편 <악마는 구라다를 입는다> 편에서 멤버들은 로워 맨해튼으로 가서 think coffee에서 특정 메뉴를 주문하라는 미션을 받는다.에스프레소 투 샷을 넣은 라지 사이즈 두유라떼 거품 약간, 컵 두개, 그리고 컵 홀더까지 주문을 직접하라는 것이 미션이었다.

영어를 잘 못하는 멤버들이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부터 세계 어디서나 사기 행각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노홍철까지, (그리고 레전드 치트키 안경을 쓴 그시절 박명수까지..) 한참을 웃으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 멤버들이 갔던 think coffee가 너무 기억에 남아 꼭 그 근처를 가게 된다면 그곳에서 커피를 사 마셔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었다.

무한도전 &amp;amp;amp;lt;악마는 구라다를 입는다&amp;amp;amp;gt; 중에서
thㅣㅇ크 커피 좀 주세요

무한도전 뉴욕편: https://www.youtube.com/watch?v=Z4mxAGBzPjc


https://www.youtube.com/watch?v=-BcO3qBVjO4


가게 내부는 무한도전에서 봤던 것과 비슷했다. 비록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러 조금씩 변한 점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인상과 형태는 그때부터 쭉 유지되어오고 있는 듯 하였다. 여기서 2009년에 낑낑거리며 커피를 주문하고 있었을 무도 멤버들을 생각하니 웃음도 절로 나왔고, 내가 직접 그 장소에 찾아왔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think coffee 내부


사실 우리의 원래 계획은 무한도전에서 미션으로 받았던 그 메뉴를 우리도 직접 시켜보는 것이었다. 쪽팔리면서도 웃긴 경험이 될 것 같아 꼭 시도해보고 싶었는데, 막상 하려고 하니까 민폐가 될 것 같기도 했고 부끄러움에 못 이겨 평범한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그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살짝 아쉬웠었는데, 쏘이 라떼라도 시켜서 먹어볼 거 그랬다.

나도 두유라떼를 시켜볼걸 그랬다.

평범한 아메리카노를 시킨 나

앉아서 자기 할 것들을 하고 있는 뉴욕 사람들

#Five Guys


햄버거의 나라 미국에서 3대 햄버거라고 불리는 쉑쉑버거, 파이브 가이즈, 인앤아웃 버거를 이번 여행에서 모두 먹어보는 것이 목표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서부의 자존심인 인앤아웃 버거는 동부 지역인 뉴욕에 매장이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방문을 하지 못했지만 나머지 두 프랜차이즈에서는 여행 중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

띵크 커피를 나서서 배가 고파진 우리가 향한 곳은 워싱턴 스퀘어 파크 근처에 있는 five guys 였다. 심슨 만화에 나올 법하게 생긴 이 건물이 정말 귀엽다고 생각했다. (혹시 찾아갈 일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_이 귀여운 건물을 만나볼 수 있는 장소는 296 Bleecker St, New York, NY 10014이다.)

만화에 나올 것만 같았던 식당 건물


미국의 많은 햄버거집이 그렇듯이 버거 안에 들어갈 재료를 우리가 직접 고를 수 있다. 여러가지 토핑들이 메뉴판에 있는데, 그때 내가 무슨 토핑을 골랐었는지는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확실한 것은 내가 사랑하는 할라피뇨는 넣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수제버거처럼 원하는 재료를 고르면 커스터마이징해서 만들어준다는 것이 패스트푸드 식당인 파이브가이즈를 다른 프랜차이즈들과 차별되게 만들어주는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햄버거는 언제나 봐도 맛있어 보인다. 음료는 라즈베리 에이드를 시켰었다.


캐시어는 한 흑인 아저씨였는데, 갑자기 나한테 You play 2K? 이래서 정말 당황을 했다. 2K라고만 하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농구게임 NBA 2K를 말하는 것이다. 알아들었기에 망정이지 못 알아듣는 사람이었느면 꽤나 당황했을 질문이었다. 농구광으로서 2K는 필수로 해야하는 게임이기에 당연히 플레이를 하는 나는 그 점원과 그 게임에 대해 조금 대화를 나눴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 그 사람은 왜 나한테 그 질문을 했는지 싶었었다. 내 얼굴만 봐도 농구를 좋아하게 생긴 사람인게 티가 나는지 싶었는데, 참 신기했다. 그냥 찔러본거였나?

파이브 가이즈 매장 내부

저번 포스트에서 내가 첫째날에 일어났던 대참사로 인해 양말 안에 돈을 넣어두고 다녔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는 걸로 기억한다. 이 날 햄버거를 먹다가 갑자기 양말 안에 있는 돈이 너무 불편하기도 했고 웃겼어서 한 장 찍어두었었다.


신발 속에 돈 있어요


햄버거를 먹은 후에는 디저트가 절대로 빠질 수 없다. Big Gay Ice Cream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향했다. 간판은 귀여웠지만, 왜 하필 이름이 big gay인지 정말로 궁금해졌었다. 알아볼 결과, 공동창업자인 Doug Quint와 Bryan Petroff가 모두 동성애자여서 이렇게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다른 뜻이 있을줄 알았는데, 이름 그대로 성과 관련된 의미를 담고 있었다.

Big Gay Ice Cream

아이스크림은 하나만 사서 나눠 먹었다. 그냥 평범한 아이스크림이었다.


#Soho


여기부터는 이 날 여행의 핵심인 소호로 향하는 길이다. 가는 길에 뉴욕의 거리가 너무 예뻐서 사진을 굉장히 많이 찍었는데, 버릴 사진이 단 한 장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다시 말하지만, 모두 색보정이나 편집 없이 기본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다.)

다시 나선 뉴욕 산책. 내가 찍었지만 참 잘 찍었다고 생각되는 사진들이다.

배경화면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Apple Soho

103 Prince St, New York, NY 10012

소호로 입장하자마자 들어간 곳은 애플 스토어였다. 저번에 말했듯이 우리나라에 애플 스토어가 희귀하기도 하고, 애플 스토어 특유의 welcoming한 분위기가 마음에 너무 들어 계속 발이 간 것 같다.

애플 스토어 소호는 저번에 갔던 곳과는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기본적인 모습은 같았으나 안에서 사람들은 대상으로 무언가를 교육하고 있었다. 몇 명은 한 테이블에 모여 각자의 맥북을 꺼내 어떤 수업인지 잘 모르겠으나 한 강사에 의해 진행되는 수업을 듣고 있었고, 잠시 앉아있기 위해 다른 쪽으로 빠지니까 어떤 애플 직원이 아이패드를 큰 스크린에 띄워두고 음악 기능을 선보이고 있었다.

교육을 듣는 사람들

뭔가 재미있어 보였다. 나도 같이 듣고 싶었다.

음악 기능에 대해 설명해주는 애플 직원


#SoleStage

290 Lafayette St, New York, NY 10012

우리가 소호에 온 메인 목적은 쇼핑이었다. 무엇인가 건질 것이 있지 않을까 해서 수많은 상점들을 들락날락했었다. 라파예트 스트리트에 위치한 SoleStage는 신발을 굉장히 좋아하는 나와 나의 친구를 홀리듯 이끌었다. 안에는 여러 신발들이 있었는데, 평소에 절대로 쉽게 볼 수 없는 신발들만 있었다. 신발에는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아 직원에게 요청을 하여 qr코드를 스캔해서 가격을 물어봤어야 했는데, 기본적으로 백만원이 넘어가는 가격에 조심스럽게 땡큐를 연발하며 가게를 슥 빠져나왔었다.

수많은 희귀종 신발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돈을 좀 많이 들고 가서 구매를 하고, 한국에 와서 리셀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사진만 봐도 나이키x슈프림, 나이키x오프화이트, 컨버스x오프화이트 등 쉽게 볼 수 없는 콜라보 제품들이 진열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저 신발들은 모두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비닐 랩에 둘러싸여 보관되고 있었다.


#Nike Soho

529 Broadway, New York, NY 10012

나이키는 그저 재미로 들어갔었다. 딱히 살 것은 없었지만 규모가 굉장히 컷기 때문에 구경 차원에서 입장을 했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지만 화려하고 거대한 내부 모습에 놀랐었다. 높이는 6층이었고, 내부에는 슛을 던질 수 있는 농구 하프코트도 있었다.

나이키 소호의 입구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던 것 두 개는 이제 막 뉴욕으로 이적했지만 순식간의 모든 뉴욕 농구팬들의 관심사가 되어버린 카이리 어빙 섹션과 뉴욕의 전설적인 쿼터백 일라이 매닝의 파란 뉴욕 자이언츠 유니폼이었다. 2x 슈퍼볼 챔피언이자 2004년 1라운드 1픽, 그리고 현재는 은퇴한 원클럽맨 일라이 매닝은 미식축구 선수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나도 알고 있는 굉장히 유명한 선수이다. 한국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이 유니폼을 보며 살지 말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결국 사두면 입을 것 같지는 않아 내려두게 되었다. (항상 고민만 하다가 정작 사지는 않는다...)

카이리 어빙 의류섹션과 일라이 매닝의 유니폼


#Stadium Goods

305 Canal St, New York, NY 10013

결국 길을 돌아다니다가 또 다른 신발 가게에 들어왔다. 나는 이제 신발을 보지 않아도 괜찮았지만 친구가 너무나도 구매를 하고 싶어해서 나는 그냥 따라다녔다. 덕분에 하루 안에 평생 봐왔던 신발 개수보다 더 많은 신발을 봤던 것 같다. 여기도 대부분 랩으로 쌓여져 있는 신발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카이리5 스폰지밥 에디션, Travis Scott 에디션 나이키 에어포스 등 굉장히 유명해 평소에 알고 있던 신발들을 실물로 처음 볼 수 있었다.

카이리5 스폰지밥 에디션과 나이키 에어포스 트레비스 스캇 에디션

온갖 신발이란 신발은 다 본 하루

멋진 소호의 거리


길을 가다가 스트릿 브랜드인 Bathing Ape를 마주쳤는데, 수십만원에 달하는 옷들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많은 스트릿 패션 러버들이 즐겨입는 브랜드이다. (홍대에 가면 빈번하게 볼 수 있다.) 나는 이런 류의 패션의 팬은 아니지만, 스트릿한 무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래퍼를 동경하는 사람이라면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을 곳이 바로 이곳, 소호였다.

Bathing Ape 매장


#Union Square Park

유니언 스퀘어 파크는 소호와 거리가 조금 있었기에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기로 하였다. 도시락 와이파이에 연결된 각자의 핸드폰을 보면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도중, 내 친구는 내게 살면서 들은 말들 중 가장 충격적인 말들 중 하나를 했다.

"코비 죽었다는데?"

처음에는 진심으로 장난인줄 알았다. 애초에 믿지도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나도 인스타그램을 켜서 확인을 해봤는데, 이미 수십분 전에 NBA, ESPN, B/R 등 주요 언론사들에서 일제히 코비의 죽음을 보도하고 있었다. 사인은 헬리콥터 사고였다. 그 순간 정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나는 코비의 팬은 아니지만 열렬한 농구광이기에 그가 얼마나 대단한 농구인이었는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코비가 얼마나 위대한 농구 선수이고, 농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사실을 그의 팬이 아니더라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5xNBA 챔피언, MVP, 역대 득점 4위 (바로 전날에 르브론이 식서즈와의 경기에서 코비의 3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코비는 이에 축하한다며 트윗을 올렸고, 나도 이 경기를 생중계로 봤다.) 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박지성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와 같은 정도의 뉴스이다.

내가 코비의 비보를 접한 순간 캡쳐한 화면


이날은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뉴욕 닉스와 브루클린 넷츠의 뉴욕 더비가 있었던 날이다. 그 당시 넷츠는 막 영입된 듀란트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인해 시즌아웃된 상황이었고, 카이리 어빙도 잔부상과 개인사정으로 인해 경기에 빈번히 결장하는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어빙이 간만에 돌아와 꼬박꼬박 경기에 나서고 있던 참이라 넷츠 팬들은 같은 지역 연고지 팀과의 경기에서 그가 활약할 것을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코비와 굉장히 각별한 사이를 가지고 있었던 어빙은 비보를 접하자마자 경기장을 떠났다고 한다. 그가 느꼈을 슬픔과 좌절감이 얼마나 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경기장을 박차고 떠나 그 경기에 결장한 그의 결정을 무조건 욕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카이리 어빙의 결장 소식


번외로, 그 날 당일에 일어난 일들은 아니지만 NBA 커뮤니티에서는 코비를 기리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NBA에는 8초 룰과 24초 룰이 있다. 공을 인바운드하여 잡은 후 하프코트를 8초 동안 넘어가지 않으면 바이얼레이션에 걸려 상대에게 공격권이 넘어가게 된다. 24초 샷클락 바이얼레이션은 샷클락 24초 안에 슛을 시도하지 않으면 상대에게 공격권이 넘어가는 룰이다.
코비의 선수시절 등번호는 8과 24이다. NBA 선수들은 그를 기리기 위해 경기 팁 오프를 한 후 공을 잡고 한 팀은 하프코트를 8초 동안 넘어가지 않았고, 다른 팀은 하프코트를 넘어가 24초 동안 공격을 하지 않고 공을 잡고 있으며 샷클락을 모두 소진시켰다. (어떻게 정확히 8과 24에 연관된 룰이 있을 수 있을까? 이게 스포츠의 기적인가 싶다.)

코비를 추모하기 위해 공을 잡고 24초 샷클락을 소진시키고 있는 르브론 제임스

코비를 추모하기 위해 공을 잡고 하프코트를 넘어가지 않는 트레이 영

또한, 공식적으로 정한 것은 아니지만 선수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코비의 등번호였던 8과 24는 영구결변(retire)시키기로 동의를 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호크스의 트레이 영은 8번에서 11번으로 등번호를 바꾸었고, 넷츠의 스펜서 딘위디는 8번에서 26번으로 번호를 바꿨다. NBA 커뮤니티가 코비를 기리기 위해 보여준 퍼포먼스는 박수를 받을 만 했다.

팬들의 "Kobe" 챈트에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는 데빈 부커


NBA 선수들의 tribute to Kobe
https://www.youtube.com/watch?v=8njkHdUCU3c


충격과 슬픔은 뒤로 하고 우리는 계속 여행을 해야했기에 정신을 차리고 유니언 스퀘어 지역을 탐방했다. 유니언 스퀘어 파크는 공원이라 이름은 붙여져 있었지만, 공원이라는 인상을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는 곳이었다. 가운데에 있는 동상 하나 빼고는 전혀 흥미로운 요소를 찾아볼 수 없었던 곳이었다.

유니언 스퀘어 파크


그렇지만 유니언 스퀘어는 걸을 가치가 충분히 있는 곳이었다. 거리도 복잡하고 인구밀도가 굉장히 높은 위쪽의 맨해튼과는 다르게 비교적 한산하고 쇼핑할 곳도 많았다. (하지만 만약 시간 문제로 불가피하게 일정을 줄여야했다면 가장 먼저 쳐냈을 장소였을 것이다.)

주변에 걸을 곳은 많았던 유니언 스퀘어

#Flight Club

812 Broadway, New York, NY 10003

사실 이 날의 주된 테마는 (아이)쇼핑이었다. 이미 소호에서 엄청난 양의 신발을 봤지만, 모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매물들이여서 단 한 개도 구매를 하지 못했다. 나는 이미 구매하는 것을 포기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내 친구는 무엇인가를 사고 싶었어서 게속 신발 가게를 찾으러 다녔다.

찾는 길에 살 것이 있어 들른 식료품 가게에서 진열되어있는 캠벨 캔 수프를 보았는데, 며칠 전 봤던 앤디워홀의 작품이 생각나서 한 컷 찍어보았다.

캠벨 수프

유니언 스퀘어에서 신발가게를 찾는 길에 찍은 거리의 모습


Flight Club이라는 신발 가게는 이름부터 마이클 조던이 연상되게 하는데, 이 때문에 더 기대가 되었다. 내부의 농구코트처럼 인테리어는 내 마음에 쏙 들었다. 특히 tv 스크린을 백보드 삼아 골대를 만든 점과, 스크린에 "그 시절"의 클래식 NBA 하이라이트를 반복 재생하고 있던 점이 매력적이었다. 입장했을 때 Offset의 "lick"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노래 선정까지 정말 흠잡을 곳이 없는 매장이었다.

flight club의 내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신발은 랩으로 싸여있었고, (랩으로 싸여있다는 의미는...^^) 결국 우리는 다시 한 번 빈손으로 나오게 되었다.

왼쪽의 yeezy가 눈에 밟혔었다.

#Chipotle


누군가가 내게 나의 소울푸드가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의심의 여지없이 타코라고 답할 수 있다. 힘든 상황이나 시절에 즐겨먹던 음식이 개인이나 한 민족의 소울푸드가 된다는데, 나는 수험생활을 타코와 함께 했기 때문에 이 음식을 가장 좋아하게 된 것 같다.

타코를 좋아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멕시칸 음식들에도 눈을 돌리며 그쪽 스타일의 음식에 푹 빠지게 되었다. 그래서 미국을 방문하면 한국에는 없는 치폴레를 가서 반드시 멕시칸 bowl을 먹어야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그리고 드디어 이 날 저녁으로 치폴레를 가게 되었다.

치폴레 주문하기 전


주문을 하는 방법까지는 공부를 해가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에 약간 혼란스러웠다. 치폴레는 서브웨이를 주문하는 것처럼 손님이 이동하며 직접 무슨 종류의 쌀을 먹을 것인지, 무슨 종류의 토핑을 넣을 것인지 등을 고른다. 그렇게 나만의 bowl이 완성되고 핫소스를 넣어서 먹으면 되는 것이다. 맛은 상당히 괜찮았다. 베스트라고 말은 못하겠지만, 내 집 근처나 학교 근처에 있었다면 신촌 타코벨처럼 꽤 자주 찾아가서 먹을 맛이었다.

특이했던 점은 치폴레 타바스코 소스가 따로 있었다는 것인데, 밑의 사진에서 가운데 핫소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보통 우리가 아는 핫소스에 비해 좀 더 어두운 색을 띄며, 더 진한 맛이 있다. 향신료를 더 넣은 맛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지 모르겠다.


#Time Square


호텔 앞에 타임스퀘어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일일줄은 몰랐다. 적어도 첫째날에는 몰랐었다. 시간이 애매하게 남을 때는 타임스퀘어에 가서 새로운 무언가를 보면 되었으니, 돈을 조금이라도 더 아끼자고 Queens나 Brooklyn에 숙소를 잡았더라면 지금까지도 후회를 하고 있었을 것이었다.

타임스퀘어1

타임스퀘어2

타임스퀘어3


다시 찾은 타임스퀘어는 여전히 밝았었다. 저 날의 컨셉은 쇼핑이였으니 마지막까지 확실하게 하자는 의미에서 근처의 나이키에 들어갔다. 나는 저때쯤 체력이 완벽히 방전되어 신발에 신물이 난 상태였다. 여기서 친구는 나이키 에어 맥스를 하나 구매헀던 것 같은데, 사실 정신이 없었어서 뭘 사갔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나이키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찍은 르브론 제임스


나이키에서 구명을 드디어 끝마친 후 타임스퀘어 스타벅스도 구경해보고, 허쉬 스토어도 들어가보았다. m&m 타워에도 들어가 기념품을 몇 개 구입하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의 하루는 끝이 났다.

스타벅스 타임스퀘어점. 내 스타벅스 별 컬렉션에 추가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한국꺼는 여기서 안된다.

허쉬 초콜릿 스토어

모델처럼 서있는 점원

타임스퀘어 m&amp;amp;amp;m 타워

m&amp;amp;amp;m 타워에서 사온 기념품. 이모네 집에 선물로 줬다.


#Wrap Up

우리의 하루는 이게 끝이었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나서 호텔로 복귀해 샤워를 마치고 오늘 오후에 일어난 말도 안되는 사건을 뉴스를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보았다. 정말 아무리봐도 믿기지가 않는 사실이었다. 딸이 헬리콥터에 같이 타있어서 코비와 함께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은 더더욱 내 가슴을 찢어지게 했다. 죽음 앞에서는 농구도사도 어쩔 수 없었나보다 싶었다. 침대 위에서 그가 은퇴할 때 경기장에서 했던 "Mamba Out!"을 유투브로 다시 봤는데, 참으로 씁쓸한 기분이 들었었다.


RIP KOBE

MAMBA OUT

to be continued...

728x90

'Travel Logs > NYC 20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NYC_7  (0) 2021.07.25
NYC_6  (0) 2021.07.24
NYC_4  (0) 2021.07.20
NYC_3  (0) 2021.07.19
NYC_2  (0) 2021.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