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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Logs/NYC 2020

NYC_4

taeyounkim 2021. 7. 20.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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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차는 일정이 크게 빡빡하지 않았다. 쉬어가는 날이라고 보면 될 정도로 널널했기 때문에 남는 시간은 우리가 자유롭게 뉴욕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보기로 했다.



#Day4


4일차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웰링턴 호텔

->

브라이언트 파크

->

뉴욕 공립 도서관

->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이미 수도 없이 봤지만)
->
유엔본부
->
타켓(쇼핑 및 생필품 구매)

 


여기서 이번 여행을 통틀어 딱 한 가지 이행하지 못한 계획이 있다. 뉴욕에 본부가 있기로 유명한 유엔를 가보질 못했는데, 우리 여행의 메인 이벤트 중 하나가 아니었고, 여행 경로와 시간과 체력 등 복합적인 요소들을 모두 고려해보았을 때 가지 않고 다른 곳을 가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 판단하여 과감하게 쳐냈다. 유엔본부를 가는 대신 어디를 갔는지는 포스트에 담겨있다.


 

day4

 


#브라이언트 파크


브라이언트 파크, 영어로 Bryant Park로 표기한다. 코비 브라이언트가 연상되는 공원 이름이여서 코비와 무슨 연관성이 있는건지 알아보았는데, 그런 것은 아니였다.

여행만 가면 얼리버드가 되는 나는 또 친구를 깨우고 엄청나게 이른 아침부터 길을 나섰다. 맨해튼의 남부지역에 있어 숙소로부터 꽤 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0.8마일밖에 떨어져있지 않아서 돈내고 지하철을 타기보다는 걸어가자는 것이 낫다는 상호의 동의 하에 결국 걸어갔다. 비도 추적추적 오는 날씨였지만 워킹워리어에게 비오는 날씨는 더 걷기에 좋은 날이다. (나는 비오는 날 걷는 걸 정말 사랑한다.)

20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브라이언트 파크는 생각보다 실망스러운 크기였다. 전날 갔던 메디슨 스퀘어 파크도 기대했던 것보다 작았어서 다른 공원들은 더 크겠지 싶었는데 뉴욕여행에서 봤던 공원들 중 센트럴 파크를 제외하면 메디슨 스퀘어 파크가 가장 큰 곳이 아니였나 싶다. 그 정도로 브라이언트 파크는 규모가 작았다.

얼마나 실망을 했길래 찍은 사진이 단 한 장도 남아있지 않다. (이 부분은 사실 나도 좀 당황스럽다. 진짜 볼 게 없었나보다..)

대신 브라이언트 파크 옆에는 블루보틀이 있다. 블루보틀 라떼를 전날에 한 잔 마신 이후 그 맛과 사랑에 빠져 아침부터 먹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어서 바로 카페에 들어가 라떼로 내 배를 충전시켰다.

참 맘에 드는 조명의 세기였다.

 

주문하기 전

 

내가 사랑에 빠진 라떼. 라떼 아트가 일품이다.

 

한국에선 많이 못 보던 걸 많이 보니까 신기하기도 했었다.

 


#뉴욕공립도서관, Newyork Public Library


다음 행선지는 브라이언트 파크 바로 옆에 위치한 뉴욕공립도서관이었다. 여행까지 와서 무슨 도서관인가 싶겠지만 세계에서 4번째로 큰 도서관이고, 세계 5대 도서관 중 한 곳인 이곳은 오지 않을 수가 없는 뉴욕의 명물 중 하나이다.

도서관 앞에 가면 멋진 사자상 두 개가 우리를 맞이한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너무 일찍 도착한 탓에 오픈까지 시간이 좀 남아있었다. 그래서 20분 가량을 입구 앞에서 기다린 후에야 입장을 할 수 있었다.

뉴욕공립도서관의 정면. 사자상이 시선을 끈다.

 

입구에서 기다리면서 천장이 멋지게 뻗어있길래 찍어보았다.


입장을 하면 간단한 소지품 검사를 하고, (미국에서는 소지품 검사가 기본이다. 테러와 총기소지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도서관의 내부를 맞이하게 된다.

이 건물은 Beaux-Arts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는데, 나는 그 분야에 대해서는 깊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닥 공감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다 몰랐어도, 천장에 그러진 르네상스풍의 그림과 패턴이 신비롭고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동시에 고급스러운 무드를 풍기고 있다는 것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지금 도서관에 온 것인지 유럽 왕실이 살던 궁전에 와있는 것인지 착각을 할 정도로 우아한 내부였다.

이 도서관 천장의 그림은 그 어느 도서관에서도 볼 수 없는 모습이다.
클래식한 분위기의 도서관

 

도서관인지 궁전인지 헷갈린다.

 

목이 꺾어질 정도로 천장만 보고 다녔다.


이렇게 멋진 도서관 안에 책을 읽는 공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도서관에 책을 읽는 곳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 전혀 아니지만, 이런 곳은 전시용으로만 존재할 줄 알았다. 나도 이런 곳이 집 근처에 있다면 날마다 와서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싶었다.

책을 읽는 공간. 이른 아침이여서 사람이 많이 없었다.

 

책상 앞에서 혼자 폼을 잡아보았다. 누가봐도 연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재난 영화 "투모로우"는 많이들 봤을 것이다. 그 영화에서 쓰나미가 몰려올 때 사람들이 대피한 곳이 바로 이 도서관이라고 한다.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파도파도 계속해서 나오는 것이 신기하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 도시이고, 볼거리가 많은 도시라는 것에 대한 반증인 것 같다.

영화 "투모로우"에서 나오는 뉴욕공립도서관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세상에서 가장 큰 역인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은 우리의 다음 행선지였다. 뉴욕공립도서관에서 걸어서 약 5분 거리인 이 터미널은 멀리서부터 존재감이 엄청났다. (btw, 지금 다시 느끼는 것이지만 여행 경로를 정말 잘 짰다는 생각이 든다.)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외부. 멀리서부터 존재감이 엄청나다.

 

터미널의 입구


터미널 안에는 총으로 무장한 미국 MP(헌병)들이 항시 대기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워낙 많이 오고가는 곳이니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 있는지도 모르고, 테러나 범죄의 타겟이 되기 가장 쉬운 곳이니 그렇게 많은 헌병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때는 군인들이 들고 있던 총들이 실제 총이여서 무섭다고 서로 얘기했었는데, 몇 달 뒤에 둘 다 진짜 총을 쏘고 있을지는 꿈에서도 몰랐다..)

터미널로 들어가면 커다란 미국 국기가 우릴 반긴다.


터미널로 들어가면 거대한 내부의 크기에 한 번 놀라고 수많은 사람들에 또 한 번 놀란다. 과연 세계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는 터미널이구나 싶었다.

나의 눈길을 끈 것은 터미널 한 가운데의 시계였다. 어디서 많이 본 시계다 싶었는데... 역시 영화 "마다가스카"를 몇 번씩 본 내가 놓칠 포인트가 절대 아니였다.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한가운데에 있는 시계


맬먼 (영화에서 기린)은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에서 얼굴을 이 시계에 들이박아 시계를 뽑아버린다. 이 장면에서 나온 시계가 바로 위의 사진에 있는 저 시계와 동일한 것이다.

또 다른 tmi가 있다면, 괴력의 할머니에게 두들겨 맞는 장면도 이 터미널에서 나온 명장면이다. 어릴 때 너무 재밌게 본 영화이다보니 까먹지 않고 기억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터미널을 계단에 올라가 위에서 바라보니 영화 속 캐릭터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머리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맬먼이 얼굴을 박은 시계

 

마다가스카의 동물들은 이 터미널에서 포위되었었다!!

 

계단에 올라가서 한 컷

 

뒤로 사람들이 정말 많이 보인다.

 

여행객의 입장이었지만 나도 이 사람들처럼 다른 어디론가 또 떠나고 싶어졌었다.


이거는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BTS도 지미 팰런 쇼에서 신곡 "ON" 공연을 할 때 이 터미널을 무대로 삼았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영화나 미드 속에서도 등장한 이곳이 미국 내에서도 얼마나 큰 의미가 있고 인기가 있는 장소인지 알 수 있었다.

BTS의 지미 팰런 쇼 공연 장면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안에는 기차를 타는 곳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계단을 한 층 올라가면 애플 스토어가 있다. 한국에는 아직 애플 스토어가 많이 들어서있지 않다. 현 시점을 기준으로 가로수길에 1호점, 여의도에 2호점이 있는데, 이때는 아직 여의도점이 들어서기 전이여서 공식적으로 한 개만 있었다. 그런데 미국은 좀만 걸으면 애플 스토어가 나왔었기 때문에 이곳이 바로 나를 위한 놀이터라는 생각을 했었다.

애플 스토어 지니어스 바

 

우리나라에서는 가로수길까지 가야만 볼 수 있는 풍경

 


#5th Avenue


5번가는 하루로 부족한 거리이다. 볼 것도 너무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너무 많지만 모든 것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기도 하는, 그래서 계속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이다. 이 날 할 일정은 얼추 다 끝냈기 때문에 ESB를 보러가는 길에 5번가 쇼핑을 계속하기로 했다.

당연히 처음 향한 곳은 NBA Store였다.

들어가자마자 매우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어떤 할아버지가 입구에서 우리를 보면서 컴온컴온거리길래 우리는 첫째 날의 ptsd로 인해 본능적으로 피했다. 그러자 그 할아버지가 계속 자기 쪽으로 부르길래 어쩔 수 없이 갔다. 손에 우산과 핸드폰을 들고 있었는데, 우산은 치우고 핸드폰은 자기한테 넘겨주라길래 또 이 험난한 도시에서 강탈을 당하는구나 싶었는데, 그 할아버지는 우리 손에 농구공 하나를 쥐어주었다. 그러고 나서 우리가 어깨동무를 하고 있으라 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당황한 우리는 벙쪄있었는데, 친해보이질 않는다고 우리더러 더 붙어보라 하며 웃으라 했다.

그래서 나온 사진이 아래의 사진이다. 아직까지도 이 사진을 보면 웃음이 터지는데, 세상에서 가장 어색한 우리의 웃음이 화면을 뚫고까지 전달되는 것 같아서 그렇다.ㅋㅋㅋ

세상에서 가장 인위적이고 어색한 웃음. 친구는 가려줬다.


뭔가 사고 싶었으나 또 다시 비싼 저지의 가격을 보고 뒷걸음을 쳤다. 친구는 며칠 뒤 볼 경기 때문에 durant 이름이 세겨진 티셔츠 한 장을 샀는데, 나도 그 정도는 사도 되지 않을까 싶어 city 에디션 boston celtics dry-fit 티셔츠를 하나 구매했다. 35달러였는데, 헬스나 운동갈 때마다 잘 입고 다녔다. city edition이여서 한국에서는 구하려해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옷이라 희소성이 있어서 정말 만족스러운 구매이기도 했다.

NBA 스토어의 내부. 이날은 저번보다 더 자세히 둘러봤다.

 

NBA Store의 계산대


또 길거리를 둘러보다가 들어간 곳은 뉴욕 양키스 굿즈를 파는 가게였는데, 야구를 거의 알지 못하는 사람도 아는 뉴욕 양키스의 스트라이프 유니폼은 일상용 옷으로 입기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멋졌다. 마음이 드는 무엇이든지 보면 소유하고 싶은 병에 걸린 나는 구매욕구가 또 폭발했지만 겨우겨우 참았다.

뉴욕 양키스 매장

 


#Empire State Building


5번가를 둘러보려고 이리저리 움직이다보니 어느새 ESB에 도착해있었다. 뉴욕은 서울보다 면적이 좁다보니 한 장소에서 다른 곳까지 걷기에 용이한 거리를 자랑하는 서울보다도 더 그러한 특성이 강한 도시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오전부터 내린 비로 인해 안개가 짙게 껴있었고, 엄청난 높이를 가지고 있는 ESB의 위쪽 부분은 안개가 짙게 껴있어서 보이지도 않았다.

처음으로 ESB를 초근접 거리에서 보는 날이였어서 기대를 잔뜩했었는데, 보질 못해 너무나도 아쉬웠지만 볼 기회는 많이 남아있었으므로 다른 날을 기약하며 걸음을 옮겼다.

안개가 짙게 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정말 아쉬웠다.


근처에 마침 Footlocker 매장이 보여 들어갔다. 마치 미식축구 심판처럼 검정색과 하얀색 스트라이프 옷을 입은 직원들이 상징인 풋락커도 마찬가지로 한국에 거의 입점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최근에는 신촌과 명동에 하나씩 입점해있는 것을 봤다. 요즘들어 하나둘씩 생기고 있는 추세인데, 그전까지는 한국에서 풋락커를 거의 본 기억이 없었다.)

한국에서는 팔지 않는 여러가지 종류의 신발들과 옷들은 나를 매료시켰지만, 누누히 말했듯이 나는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있었고, 심지어 그 중 일부는 첫째 날에 못된 흑인들에게 빼앗겼기 때문에 나 자신을 억제하느라 혼났었다. 친구는 엄카찬스를 사용해 신발을 계속 살지 말지 고민했었는데, 결국 그냥 내려놓고 아이쇼핑으로만 만족을 한 채 매장을 나섰었다.

풋락커 매장의 모습. 유니폼을 입은 직원의 모습이 눈에 띈다.

 


#Ess-a-Bagel


뉴욕여행을 가서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 중에 꼭 등장했던 베이글 집이 하나 있었는데, Ess-a-bagel(에사베이글)이라는 곳이다. 뉴욕은 베이글로 유명하다. 처음 베이글이 만들어진 곳은 아니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뉴욕에서 직장인들이 아침에 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으면서도 빠르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음식이 베이글이다보니 뉴욕에서 이 빵이 많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ss-a-bagel 매장 입구


수많은 메뉴들 중 무엇을 시킬지 몰라 점원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점원이 멕시칸 악센트를 가지고 있었어서 발음이 명확하진 않았지만, 참깨베이글에 아보카도 갈릭크림치즈를 추천했다. 그러면서 맛을 의심하는 나한테 아보카도 갈릭크림치즈를 나무 막대기에 찍어서 건내었다.

그 맛은 말로 쉽게 설명할 수가 없었다. 갈릭 덕분에 달면서도 아보카도의 고소함이 섞인, 그리고 치즈의 부드러우면서 느끼한 그 맛이 나의 취향에 딱 맞았다. 점원에게 놀랍다며 추천해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을 건냈는데, 그 말은 진심이었다. 그 분한테 나의 진실된 감사인사가 전해졌었으면 한다. :D

나는 아보카도 갈릭 크림치즈에 lox(연어)를 넣어 주문을 했다. 내가 또 연어 광팬이기 때문에 어디에나 먹어도 어울리는 연어를 넣어먹기로 결정을 했다.

베이글의 쥑이는 비쥬얼


Lox하니까 떠오르는 깨알상식 하나가 있다. 연어를 조리하는 데에는 두 가지 요리과정이 논해지는데, caring과 smoking이라는 과정이다. Caring은 소음에 절이는 과정이고, Smoking은 연기에 음식을 노출시키는, 즉 훈연하는 과정이다. 나는 Lox가 처음에 무슨 뜻인지도 몰랐는데, 주문을 하면서 이 단어가 특정 방식으로 조리된 연어라는 것을 배웠다. 검색을 해보니, lox는 소금에 절여지는 과정인 caring만을 한 연어이다. 진정한 Lox의 맛은 아주 salty하고 assertive하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시켰던 lox와 다른 모든 사람들이 베이글을 주문할 때 말하는 lox는 그러한 맛이 나지 않는다. 우리가 말하는 lox에서는 구수하고 우리가 아는 그 부드러운 연어의 맛이 난다. 따라서 우리가 주문할 때 말하는 lox는 사실 lox가 아니라 화씨 85도 밑에서 smoking이 된 cold-smoked salmon이라고 한다.


참고: https://www.eater.com/2019/9/14/20865463/whats-the-difference-between-lox-nova-smoked-salmon

 

What’s the Difference Between Lox, Nova, and Smoked Salmon?

The fish you enjoy on your bagel is probably not lox

www.eater.com


베이글로 배를 든든하게 채운 후 밖에 나와보니 어느새 안개가 걷히고 ESB의 완전한 모습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었는데, 저 건물이 있기에 비로소 뉴욕이라는 도시가 완성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뉴욕의 거리. 정말 잘 찍었다고 생각한다.


지하철을 타러가던 도중 마주친 뉴욕 지하철의 밴드도 이제는 익숙했다. 지난 번에 본 밴드와는 다른 밴드인 것 같았었는데, 마찬가지로 뉴욕의 지하철을 신나는 분위기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뉴욕 지하철의 밴드

 

계단을 내려가면서 본 밴드의 뒷모습


# Target


뉴욕에서 며칠 간 여행을 더 해야했었던 우리는 생필품을 사야했었다. 마실 물, 음식, 그리고 마스크가 필요했었다. 코로나 소식을 네이버 뉴스를 통해 접했던지라 우리도 심각성을 느껴 마스크 몇 장이라도 사야할 것 같아 쇼핑리스트에 추가했었다. (그때는 지금까지 코로나가 지속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target 입구


하지만 직원에게 물어보니 마스크는 이미 동나서 없었다고 한다. 뉴스를 더 빨리 접한 발 빠른 사람들이 이미 다 사갔었던 모양이다. 아쉽지만 한국에서 출발하면서 캐리어에 넣었던 KF94 마스크 몇 장으로 연명하기로 했다. 미리 챙겨갔었던 것은 엄마의 덕이다. 엄마는 여행을 갈 때 마스크는 필수품이라고 하였다. 감기에 걸릴 수도 있고, 혹시 모르는 사태를 대비해서 가져가지 않겠다던 마스크를 캐리어에 수셔넣어줬는데, 코로나가 하필 딱 그때 터져 들고 간 마스크는 엄청나게 유용한 아이템이 되었다. (이렇게 보면 엄마한테는 무슨 예지 능력이 있나 싶다. 그때 참 신기했었다.)

내 눈을 사로잡았던 frozen pizza. 몇 개 사가고 싶었다.


#Time Square & Pele Soccer Store


성공적으로 쇼핑을 마치고 향한 곳은 타임스퀘어였다. 거리적으로, 그리고 시간적으로 모두 손해를 가져올 유엔 headquarters를 가는 대신에 첫째 날부터 우리에게 악몽을 선사한 타임스퀘어를 다시 감으로서 두려움과 정면승부를 해보기로 한 것이다.

다른 포스트들에서 말하지 않았지만 한 가지 웃기지만 진지했던 나의 여행 전략이 있었다.

1. 가방에 자물쇠 걸고 다니기
2. 양말에 돈 넣고 다니기

가방에 자물쇠를 걸어야 다른 사람들이 몰래 열고 소지품들을 가지고 도망가지 않을 것이고, 양말에 돈을 넣어놔야 지갑에 있는 돈이 전부인줄 알고 돈을 빼앗으려는 사람들이 놔줄 것이라 생각하였었다. 그래서 굉장히 많이 걸은 날에는 양말 속의 지폐가 다 축축해져서 돈을 지불할 때 점원에게 조금 미안함을 느끼긴 했다. (물론 돈을 꺼내는 자세도 매우 웃겼을 것이다.)

다시 방문한 타임스퀘어는 여전했다. 돈을 빼앗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흑인들과 인형탈을 쓰고 사진을 찍은 후 과한 팁을 요구하는 사기꾼들까지 모두 모여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조심스럽게 움직이면서도 눈에 타임스퀘어의 모든 모습들을 담으며 이동을 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있는 pele soccer store이라는 곳이었다. 축구황제 펠레의 이름을 딴 이 축구용품가게는 축구광인 내 친구를 열광하게 하는 곳이었다. 걔는 내가 NBA Store를 처음 갔을 때 기분을 아마 여기서 느꼈을 것이다.

Pele Soccer Store의 입구

 

황제 펠레


뉴욕에서 정말 마음에 들었던 점들 중 하나는 점원들이 너무 친절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먼저 다가와주면서 무엇이 필요한지 적극적으로 물어보았고, 자신이 판매하는 물건들을 모두 이해하고 있었는지 추천을 해주는 물건들도 모두 괜찮았다. 무엇보다 내가 사진을 찍을 때 내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해주면서 사진에 나오려고 하는 모습이 너무 재밌으면서도 귀여웠다.

펠레 스토어에서의 점원도 그랬다. 우리가 무엇이 필요한지, 축구 좋아하는지, 무슨 팀을 좋아하는지 적극적으로 물어봐주면서 물건들을 추천해주었다. 한국에서 왔다하니 손흥민 유니폼도 있다며 나한테 보여주기도 하였다. 친구는 이곳이 마음에 들었는지 PSG 써드 킷에 음바페 마킹을 해갔다.

뉴욕에서는 어딜가나 점원들은 사진찍히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굉장히 힙하고 적극적이었던 펠레 스토어 점원.

 

엄청 넓었던 가게 내부. 한국에서는 팔지 않는 팀들의 유니폼이 많았다.

 

미국 국가대표팀의 유니폼. 굉장히 희소성이 높아 나도 하나 구매할까 고민을 했었다.

 

각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의 유니폼을 진열해두는 곳에 당당히 올라가 있는 손흥민의 유니폼. 이런 것이 국뽕인가 싶었다.


펠레 스토어를 나서면 바로 타임스퀘어를 마주하게 된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무서운 공간이었지만, 정신만 똑바로 차린다면 절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안전한 공간이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첫날은 우리가 너무 안일했었다...)

한밤중에도 밝은 타임스퀘어


사진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온전히 알 수 없지만 타임스퀘어는 엄청나게 밝다. 자연적인 빛으로 인해 밝은 것이 아니라 순전히 전광판의 조명에서 만들어낸 인위적인 빛 때문에 밝은 것이다. 낮을 방불케하는 밝기는 눈을 부시게 할 정도이다. 서있다보면 낮인지 밤인지도 까먹을 정도이다. 한평생 가보고 싶었던 곳의 중심에 서있는 그 순간이 정말 감격스러웠고,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던 순간이었다.

타임스퀘어에 있다보면 지금이 몇 시인지 까먹게 된다.


아래 사진의 오른쪽의 거대한 전광판을 보면 코카콜라 섹션 위에 삼성전자의 전광판이 보인다. 이 사진으로는 분간하기 쉽지 않은데, 아무튼 저 위치는 삼성전자가 고정적으로 차지한 위치이다. 저 전광판은 광고가 몇 초마다 바뀌지 않고 계속해서 display되는 공간이었는지 똑같은 회사의 광고만 나오고 있었는데, 삼성전자가 저 위치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고, 동시에 저 위치에 광고를 내려면 과연 얼마를 지불해야했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타임스퀘어

 

구석구석 보이는 뮤지컬 상영 포스터


#Dallas BBQ


내가 찾은 식당은 아니지만 친구가 기가 막히는 식당을 하나 찾아왔다고 하여 믿고 따라가 보았다. 음식을 고르는 데에 있어서는 나보다 내 친구가 센스가 더 있기 때문에 믿고 따라가 보았다. 뉴욕에 오기 전에 친구는 "이서진의 뉴욕뉴욕"이라는 tvn 프로그램을 보고 왔고, 거기서 이서진이 방문한 Dallas BBQ라는 식당을 보면서 침을 흘렸다고 한다. 그래서 뉴욕에 가면 반드시 그 식당을 가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7ifbgh6M624&t=129s


타임스퀘어 한복판에서 옆으로 빠지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번쩍번쩍 빛나고 있는 식당의 간판이 크게 보인다.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정말 많았었다. 뉴욕에 사는 사람들은 걸어서 몇 분 되지도 않는 거리에 이렇게 맛있는 식당들이 위치하고 있으니 얼마나 좋을지 생각하니 부러웠다.

좌측에 댈러스 BBQ의 간판이 보인다.


우리는 baby back ribs와 chicken wings, 그리고 soft drink를 주문했다. 이 음식점에는 큼직한 잔에 나오는 마르게리타가 명물이라는데, 나이 제한에 걸려 술은 주문하지 못했다. 너무나도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어린 아이들은 soft drink를 주문했다.


baby back ribs는 한 접시 당 16.99달러였는데,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항상 느끼는 것인데, 원화로 돈을 지불하지 않다보니 돈에 대한 감각을 잊게 된다. 얼마를 지불하건 그게 얼마인지에 대한 감각이 없다는 것이다. 17달러도 원화로 환산하면 약 2만원 가량되는 돈인데, 음식 한 접시에 2만원이면 평범한 뷔페 한 끼급이다. 이렇게 감각을 가지지 않고 돈을 쓰는 것은 여행을 하면서 경계해야하는 태도인 것 같다. 항상 생각을 하면서 소비를 해야 더 재밌고 경제적인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메뉴판


팁까지 우리 웨이터에게 줘야했기 때문에 3만원 가까이 소비한 것 같다. 그렇지만 백립은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맛이었다. 사이드로 먹은 치킨 윙까지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서 포장해 호텔까지 들고갔다. 부드럽게 뜯기는 립이 일품이었는데, 역시 친구의 안목은 믿을만 하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증명되었다.

우리가 주문한 baby back ribs. 아쉽게도 칵테일은 우리의 테이블에 없다.

 


#Wrap Up


아주 만족스러운 저녁을 먹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우리는 호텔로 복귀했다. 재미로만 가득한 날들의 연속이 이어지니 다음날도 기대를 하며 편안하게 잠에 들 수 있었다.

호텔로 복귀하면서 찍은 지하철역. Why Bother? 문구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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