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eyounkim LOG

NYC_1 본문

Travel Logs/NYC 2020

NYC_1

taeyounkim 2021. 7. 18. 19:49
728x90

사실 이 포스트를 시작할까말까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었다. 일단 시작하면 쓸 말이 너무 많아진다. 꽤 길게 여행을 했기 때문에 일단 쓰기가 힘들다. 또한, 벌써 여행을 다녀온지 1년 반이 지났기 때문에(와우...) 아주 세부적인 기억은 나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만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은 기억이기 때문에 여러 고민 끝에 글을 쓰기로 하였다.

여행의 시작은 항상 준비이다. 하지만 준비과정보다 중요한 것은 여행내용이고, 준비과정을 쓰다가 여행의 코어 기억들이 모두 휘발될 수도 있으니 일단 준비과정은 뒤로 미뤄두도록 하겠다. 반드시 쓸 것이긴 한데 맨 마지막에 여행내용을 다 마무리한 다음에 쓰겠다.



여행을 갈 때 사용한 앱은 TRIPLE(트리플) 이라는 어플이다. 단순한 여행 일정 어플이지만, 함께 여행을 가는 친구를 추가해서 여행일정을 동시에 수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유용한 어플이었다. 아이티너리를 짤 때 여행지를 추가한 후 수정하고 싶다면 길게 눌러서 위치를 옮기기만 하면 되고, 추가한 순서대로 거리와 경로를 지도 위에 표시하여 보여주기 때문에 정말 유용하게 사용한 어플이었다.

트리플 어플 홈화면

이렇게 지도에 표시에서 경로를 보여준다.

#Day1

우리의 1일차 일정은 이러하였다.

인천공항
->
JFK
->
웰링턴 호텔 (호텔에서 체크인한 후 짐 풀고 휴식)
->
양키 스타디움
->
타임스퀘어 구경 및 Bubba Gump Shrimp Co. 에서 저녁 먹기


#인천공항

새벽 6시에 집 앞에서 인천공항행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이동하였다. 정말 피곤했었을 것 같지만 놀랍게도 설레는 그 마음이 피곤함을 압도했었나보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단 한숨도 자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인천공항행 공항버스에서 찍은 사진


비행시각은 오전 10시였다. 오전 10시에 출발해서 뉴욕 현지시각 오전 10시에 도착하는 14시간짜리 비행이었다. 출발하기 전에는 몰랐었다. 14시간이 이렇게 긴 시간인줄은...
나는 비행기에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낸 적은 없었었다. 가장 최근이 갔던 여행이 19년 7월에 간 도쿄여행이었는데, 2시간 비행은 정말 재밌었던 기억이 났었기 때문에 14시간 비행도 뭐 별거 있겠냐는 생각으로 갔었다. 그런데 이코노미+장시간 비행의 조합은 정말 최악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친구랑 같이 찍은 여행의 필수 절차인 여권사진

난 이게 가까울 줄 알았지..

#JFK

어쨋든 우여곡절 끝에 결국 JFK에 도착했다. JFK는 생각보다 작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그마저도 엄청난 규모겠지만 인천공항의 웅장함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만큼 인천공항이 대단한 공항이라는 것을 느꼈다.

JFK의 모습. 뭔가 조금 아쉬웠다.

미국 입국심사는 여러 보안 상의 이유로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나도 기억도 나지 않는 초등학교 4학년 이후로 한 번도 미국을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당황해서 대답을 이상하게 해서 끌려가면 어쩌지 싶어서 살짝 긴장을 했었다. 하지만 긴장할 필요도 없었던 질문들을 해줘서 정말 아무 문제 없이 입국승인을 받고 오랜 기다림 끝에 성공적으로 미국 땅에 발을 딛게 되었다.
공항철도를 타고 역에 도착한 우리가 선택한 교통수단은 uber도 taxi도 아닌 뉴욕의 지하철이었다. 정신승리를 하자면 뉴욕 있는 그대로의 문화를 즐겨보기 위해 그 유명한 지하철을 타보기로 한 것이지만, 실상은 그저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있는 뉴욕 초짜 대학생 둘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JFK의 공항철도

#NYC Subway

아래 사진은 지하철을 타기 전 찍은 사진인데, 좌측에 보이는 노란색 비닐 소재의 옷을 하반신에 두른 흑인 남성은 청소부가 아니다. 카드를 긁고 내려가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저 사람은 쓰레기통을 뒤져서 먹을 것을 찾아내는 노숙자였다. 어떻게 알았냐면 저 사람은 카드를 긁고 지하철 승강장까지 내려온 것이 아니라 그냥 뜀틀 점프하듯이 지하철 표찰구를 넘어버리고 승강장의 쓰레기통까지 모조리 찾아 뒤지러 왔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낡고 노후된 지하철과 저 노숙자 아저씨 때문에 뉴욕의 첫 인상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이상한 썩은 냄새도 한 몫 했다.

흔한 뉴욕 지하철의 풍경. 정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보인다.

지하철 안에서 공연을 하는 흑인들. 당황스러웠지만 너무 멋져서 쿼터 하나를 던져줬다.


#Manhattan, NYC

하지만 지하철에서 내린 후에는 내가 생각하던 뉴욕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졌다. 목을 꺾어야 정상을 볼 수 있는 높은 skyscrapers,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심각한 교통정체 때문에 움직이지도 않는 자동차들과 요란한 경적소리, 지하에서 올라오는 연기 (이 부분은 나중에 설명) 모두 내가 생각하던 뉴욕의 모습이었다.

헬로우 뉴욕!


#Yankee Stadium

오자마자 우리 호텔에 짐을 풀고 간 곳은 양키 스타디움이었다. (호텔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호텔에 관해서 할 말도 많다.)
야구에 관해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아는 야구 구단이 양키스 아닌가? 뉴욕에 왔으니 스포츠광인 내가 양키스 스타디움을 맞이하지 않고 가는 것은 옳지 않을 것 같아 가장 처음 간 곳은 양키스의 홈구장이었다. 마찬가지로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으며, 할렘가 쪽과 붙어있다보니 기분탓인지 뭔가 음침한 분위기가 느껴지긴 했지만 다행히도 별 일은 없었다.

입구 앞에서 한 컷

구장 앞 베이브 the great 루스의 현수막


스타디움은 굉장히 컸다. 원래는 내부를 투어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시즌 중이라면 경기도 관람을 하려고 했으나 당시 비시즌인 탓에 어느 것도 체험해보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첫 날은 비행으로 인한 피곤함도 있고 짧게 끊는 날로 하기로 정했다. 그냥 타임스퀘어 쪽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구경 좀 하다가 다음날을 준비하는 걸로 계획을 했었다. 스타디움에서 숙소로 돌아오고 나서 가지고 있던 돈을 거의 드 호텔의 금고 안에 넣고 100달러 정도만 들고 길을 나섰다. 호텔의 위치를 내가 또 기가 막히게 잡은 덕에 그 유명한 타임스퀘어와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다. 걸어서 5분 정도쯤 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하여간 내 숙소 위치선정 하나는 도쿄 여행부터 알아줄만 한 것 같다.
어쨋든 걸어서 우리는 타임스퀘어에 도착했고, 나는 내가 21년 평생 보고 싶어하던 그 광경을 눈 앞에서 목격하게 되었다.


#Time Square

타임스퀘어
타임스퀘어2

저녁 7시쯤 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해가 지고 캄캄할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낮인지 착각하게 하는 엄청난 양의 조명들과 수많은 관광객들은 정말 내가 타임스퀘어에 와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해주었다. 그 모든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서 사진으로 담기 위해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입을 다물 수 없었었다.

하지만 사고는 항상 방심할 때 터진다고 한다. 나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귀가 닳도록 들은 얘기가 여기서 터진다. 흑인 3명의 무리가 다가와서 나와 내 친구에게 CD를 손에 쥐어주고 이름을 물어봤다. 나는 너무 신나고 이게 뉴욕의 바이브구나해서 내 이름을 흔쾌히 말해주었다. Where you from? China? 이러길래 살짝 기분이 나쁘긴 했지만 South Korea에서 왔다고 말까지 해주면서 악수도 나눴다.

그러고나서 이 흑인들이 팁을 달라기에 지갑에서 아무렇지 않게 1달러를 꺼내주었다. 그런데 이 놈들이 그 종이 말고 다른 종이를 달라고 그러는 것이다. 그 때 좀 망했다는 것을 느꼈다. 세 명이 죽일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20달러 종이를 가리키는데 정말 살면서 그렇게 무서운 순간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생명이 위험하다고 처음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20달러 한 장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나머지 두 명도 팁을 달라고, 안 주려고 하니까 싸우자는거냐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돈을 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70달러를 눈 앞에서 손도 못 써보고 빼았겼다. 10달러는 왜 더 없어졌는지 모르겠는데 정신 없어서 20달러랑 같이 줘버린 것 같다.

친구가 인스타에 올린 CD.. 난 바로 다 버렸는데 얘는 기념이라고 챙겼다.

옆을 돌아보니 친구도 사라져 있어서 얘는 어디갔는지 했는데 우리가 돈을 빼앗기는 장면을 모두 지켜본 커다란 덩치의 여경이 he went that way라며 알려준 덕에 덩달아 돈을 빼앗겨 벙쪄있는 친구를 찾을 수 있었다. 경찰도 보고 있는데 안 도와준 것으로 보아 여기서는 양아치 흑인들을 이길 수 있는 존재는 많이 없단 것을 알 수 있었다.

뭐 어쨋든 우리는 들고 온 돈의 절반 정도를 털렸고, 기분도 망치고 너무 당황스러워서 밥을 먹으러 갈 기분도 들지 않았다. 그래도 배는 채워야 하니 일단 식당으로 들어갔다. 가려던 식당은 나의 인생영화인 "Forrest Gump"를 배경으로 한 식당인 Bubba Gump Shrimp Company로, Tom Hanks가 연기한 Forrest가 자신의 군대 comrade이자 전쟁에서 전사한 Bubba의 생전 꿈인 새우잡이 회사를 세우는 것을 대신 이뤄주고자 세운 회사다.

안타까운 버바.. 톰 행크스도 이럴 때가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Bubba Gump Shrimp Co.

내 인생작을 배경으로 한 이 식당에 갈 생각에 들 떠 있었는데, 그런 봉변을 당했으니 먹을 기분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식당에 들어가 메뉴 하나만 시켜 둘이서 나눠먹었다.

이 사인에 웨이터는 그냥 지나가고 빨간 사인을 걸어두면 우리 테이블에 와서 요청사항을 받아간다.

그날 밤 우리가 먹은 유일한 메뉴

#Wrap Up

그렇게 피곤하고 다사다난한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서는 바로 잠에 들었다. 너무 일찍 잠들어버린 탓에 나는 다음 날 3시 반에 일어나서 미국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가지 사기에 대해서 구글링을 했는데, 여행 전에는 왜 이런 것에 대해 찾아보지 않았었는지 많은 후회를 했다.

지금 돌아보면 웃기지만 그 당시에는 나름 진심이었던 우리의 정책은 : 1번, 해가 진 이후로 되도록이면 돌아다니지 말자는 것이었다. 뉴욕은 너무나도 험난하고 무서운 도시라고 생각이 되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그러지 말자고 벌벌 떨며 약속했다. 2번,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도 웃긴 우리의 다음 약속은 타임스퀘어를 무슨 일 있어도 다시 가지 말자는 것이었다. 한 평생 나의 드림 플레이스었지만 한 순간에 내가 목숨을 잃을 뻔한 장소가 된 그곳에 다시 방문하지 말자는 것에 우리는 모두 동의를 했다.

대충 우리의 계획

물론 우리의 그 지침들은 하루이틀 뒤에 적응을 완벽하게 한 이후에 전혀 지켜지지 않긴 했지만 그게 잠시나마 상호의 동의 하에 철저히 지켜졌다는 사실이 지금 생각하면 너무 창피하고 웃기다.

이렇게 뉴욕에서의 짧았지만 많은 일이 일어난 첫 날은 끝이 났다. 2편에서 이어서 계속 쓰도록 하겠다.

728x90

'Travel Logs > NYC 20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NYC_6  (0) 2021.07.24
NYC_5  (0) 2021.07.22
NYC_4  (0) 2021.07.20
NYC_3  (0) 2021.07.19
NYC_2  (0) 2021.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