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eyounkim LOG

[Thoughts] 지식은 해상도 (개인적인 생각) 본문

Career&Study/Thoughts

[Thoughts] 지식은 해상도 (개인적인 생각)

taeyounkim 2021. 10. 16. 23:00
728x90

공부란 '머리속에 지식을 쑤셔넣는 행위' 가 아니라

'세상의 해상도를 올리는 행위' 라고 생각한다.

뉴스의 배경음악에 불과했던 닛케이 평균 주가가 의미를 지닌 숫자가 되거나

외국인 관광객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있게 되거나

단순한 가로수가 '개화 시기를 맞이한 배롱나무'가 되기도 한다.

이 '해상도 업그레이드감'을 즐기는 사람은 강하다.


얼마 전에 본 글인데 정말 공감이 된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나의 미래, 진로, 커리어, 삶의 정체성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주변에서 보는 것들의 의미가 해석이 되는 그 순간을 경험하는 순간 극한의 흥미를 느낀다.


요즘 전공공부의 일환이자 훗날 직업으로 삼고 싶은 분야와 연관된 회로 공부를 하고 있다. 이 부분과 더불어 IT 산업의 전반적인 부분과 전자기기에 대하여 관심이 많아 휴대폰을 작동시키는 여러가지 구성요소들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지난 9월 14일에 애플은 Apple Event를 통해 아이폰 13을 출시하였다.

아이폰은 A15 Bionic 프로세서를 사용하는데, 이벤트에서 Hope Giles 부사장이 사용한 언어를 그대로 가져와보겠다.

"At its foundation, A15 uses 5-nanometer technology, which enables us to include nearly 15 billion transistors."

"그 기반에는, A15이 5나노미터 공정을 사용하여 15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이 말을 들으면 문자 그대로 해석할 것이다.

5나노미터 공정. 150억개. 그리고 트랜지스터.

무엇이 5나노미터로 공정되었다는 것인가? 트랜지스터는 무슨 역할을 하는가? 트랜지스터가 150억개 있다는 것은 다른 제품에 비하여 얼마나 대단한 수치인가?


나는 예전에 제품 설명회 등의 영상에서 저런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이런 질문들이 머리에 마구 생겨났다.
그리고 동시에 나름 이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사람으로서 이 정도의 상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에 수치심을 느꼈다.

지금은 내 머리 속에서 저런 질문이 튀어나오지 않을 정도로 저런 지식들에 대한 학습을 한 상태이다.

공정방식은 혼자 조사를 해보면서 알게 되었고, 트랜지스터는 회로 공부를 하면서 amplifier를 구현하기 위해 가장 집중적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 부분이기에 무슨 역할을 하는지 학습을 하게 되었다.

트랜지스터의 증폭 기능


그렇기에 이제는 저런 말과 맞이하여도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저런 말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대견하고 뿌듯하게 느껴지는 동시에,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보다 더 깊은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다는 부분에 흥분이 된다.

만일 저런 것들에 대한 지식이 없는 채 그냥 넘어가게 된다면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한 가지의 요소를 놓쳐버린 것이다.


뉴욕으로 여행을 갔다고 쳐보자.


월스트리트에서 황소 동상을 봤을 때 이 동상에 얽힌 스토리와 의미를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시선은 확연히 다를 것이다. 의미를 알고 보는 사람은 동상을 직접 본 것에서 감동을 느끼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저 동상 하나에 불과하다. 자기 집에 있는 건담 프라모델보다도 덜 인상깊게 볼 수도 있다.

사소한 지식의 차이가 이렇게나 큰 즐거움의 차이를 양산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 얘기는 공부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저 일본인의 트윗에서 "해상도를 올리는 행위"라는 말이 너무 공감이 된다.

내가 먹는 이 음식의 재료는 무엇일까? 지금 저 하늘에 밝게 떠있는 달의 이름은 무엇일까? 어제밤 친구와 같이 마신 맥주잔의 이름은 무엇일까?


물론 몰라도 사는 데에 지장이 없는 것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잘난 채 하는 사람, 시끄럽고 따분한 사람의 틀에 가둬 지식을 가진 사람을 오히려 무안하게 만들고 평가절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 생각에 그들은 이런 재미를 겪어보지 못해서 그렇다.


유튜브에서 1080p 기능을 막 지원해주기 시작하던 그 시기가 다들 기억나는지 모르겠다. 720p가 최고의 화질인줄 알고 살았던 나는 1080p의 충격에 빠져 720p를 다시 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최근 유튜브는 1440p, 2160p를 넘어선 4320p(8k)까지 지원을 해준다. 화질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이전 화질은 그닥 사실적이지 않아보인다는 생각이 들고, 낮은 화질로 다시 돌아가기가 힘들어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TvWcU3aztmo

8k까지 지원해주는 유튜브 영상. 비교해보길..

똑같은 논리로 지식을 습득하고 난 다음에는 그 이전의 상태가 상상도 가지 않고, 다시 돌아가기 싫어진다.

이미 그 지식을 통한 엄청난 재미와 희열을 느껴보았기 때문이다.

지나가던 사람이 신고 있던 조던의 발매년도와 역사가 머리 속에서 나열되고, 데낄라와 타코를 제대로 먹는 방법을 알고 있어 친구나 가족과 함께 즐겨보는 그 재미를 느껴보는 순간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다.

세상에 대한 "해상도가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내가 걸어서 세계 속으로,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Ugly Delicious, 조승연 유튜브 채널 등의 컨텐츠를 즐기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니 모두 해석이 된다.

세상의 해상도를 높이는 행위에 중독되어있었던 것이다.

넷플릭스 "백스피릿"에서 맥주잔에 대한 얘기가 나오길래 한번 글을 써본다.

이런 것을 알아보았다. 이젠 나는 맥주 마실 때도 이런 것이 생각날 것이다.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지식을 축적시키는 것을 끝없이 추구하자는 상투적인 문구로 글을 마무리 지어본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