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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 포드 V 페라리 (2019)

taeyounkim 2021. 8. 1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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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ovie review by taeyounkim

나의 평점 : 9.5 / 10;

속도감의 끝판왕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왕십리 CGV에서 박찬우랑 4K로 이 영화를 봤었다.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좀 따분했다. 대화를 하는 부분도 많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경전도 영화의 주된 내용 중에 하나라서 그 부분이 따분하게 느껴진 것 같다. (이 부분들이 이 영화의 재밌는 부분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었다..) 그저 4K로 봤을 때 웅장하게 들리는 그 배기음과 아찔한 자동차 경주가 멋있어 보이는 것이 다였고, 내용이 머리 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었다.

하지만 최근에 이 영화를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그때 영화를 충분히 음미하지 못했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7000rpm 어딘가엔 그런 지점이 있어. 모든 게 희미해지는 지점. 차는 무게를 잃고 그대로 사라지지. 남은 건 시공을 가로지르는 몸뿐. 7000rpm. 바로 거기서 만나는 거야.
네게 다가오는 느낌이 나. 귀에 바짝 붙어서. 질문 하나를 던지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넌 누구니? 등 레이싱 시계 쪽에 관심이 갑자기 생기면서 그 시절 그 사람들의 "속도에 대한 갈망"을 느껴보고 싶어 유튜브에서 영화를 구매해 다시 한 번 시청을 하였다.


영화에 대해 짧게 요약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우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대배우 둘, 크리스챤 베일(라파엘 나달을 닮은...) 맷 데이먼이 등장한다. 둘 다 이 영화에서 경이로운 연기를 보여주며 그들이 누군지조차 의식하지 않고 보게 한다.

(이 배우들은 각각 배트맨, 그리고 본 시리즈로 유명하다.)


20세기의 테마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구에 머무르고 싶지 않아 아폴로 우주선을 쏴올렸으며,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어 라이트 형제는 비행기를 쏴올렸다. 바다 생물들처럼 물 속 깊이 가고 싶어 잠수함을 발명하였고, 할 수 있는 한 가장 빠르게 달려보고 싶어 레이싱카를 만들어 자동차 경주를 즐겼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시대의 이러한 모습을 아주 잘 반영하고 있다.

(21세기에 디지털 시대가 열리며 전자공학이 성행하는 반면 20세기에 기계공학이 세계를 점령했던 이유라 한다.)

그 시절 사람들의 갈망하던 속도감을 영화를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빵빵한 배기음과 시원시원하게 달리는 자동차들은 답답했던 내 마음도 뻥 뚫게 해주었다.


켄 마일즈
캐롤 셸비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이 영화의 내용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이다. 켄 마일즈(1918-1966)는 사고로 생을 마감한 전설적인 영국의 레이싱 드라이버이며, 셸비 코브라로 유명한 캐롤 셸비(1923-2012)는 자동차 디자이너이자 기업가로,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주 친숙한 이름이라고 한다.

셸비 코브라


영화에 나오는 이런 드라마틱한 일이 실제로 있었다는 사실은 나를 조금 울적하게 만들었다.

르망 24라는 엄청난 의미를 가진 대회에서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해야만 했던 켄 마일즈는 우승을 놓치면서 2등을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해보였다.

You promised me the drive, Not the win.


레이스를 아쉽게 마치고 난 후 그가 셸비에게 한 말이다. 나같으면 회사의 이런 결정에 분노하지 않고 이 상황에서 이 말이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레이스를 진정으로 사랑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축복이자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켄 마일즈는 모터스포츠를 너무나도 사랑했고, 우승보다는 이것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행복했기에 억울하게 우승을 놓쳤음에도 불구하고 웃을 수 있었던 것이다. 르망 24를 마친 마일즈는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보였다.

나는 과연 마일즈가 레이싱을 사랑하는 것처럼 사랑할 무언가를 찾았을까?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인데, 아마 평생의 숙제로 남을 것 같다.


아직 포드V페라리를 안봤다면 지금 당장 보길 바란다.

 


아카데미 음향편집상을 받을 정도로 빵빵한 배기음은 자동차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입덕"을 하게 만들고, 속도에 대한 갈증을 느끼게 해준다. 예전 사람들이 왜 이렇게 모터스포츠에 열광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영화였다. 무엇보다 레이서들이 너무 멋져보였다. 선글라스를 쓰고 어마무시한 속도로 달리는 그들이 그 어느 때보다 멋져보였다.

(그래서 앞으로 레이싱과 레이싱 시계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볼 것 같다. 데이토나 5천만원.... 스피드마스터 수천만원.... 난 돈을 많이 벌어야만 한다....)

또한, 지금은 레이싱을 절대로 주력으로 내세우지 않지만 르망24 대회 최다 우승자이자 레이싱의 최강자 "페라리"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잠시나마 왕좌를 뺏어왔었던 "포드"의 모습을 통해 언더독의 유쾌한 반란을 즐길 수 있다.

2명의 운전자가 4시간마다 교대를 하며 24시간 동안 펼쳐지는 르망24는 레이싱에서 가장 권위가 있는 대회 중에 하나이다. 이 대회는 프랑스의 르망 지역에서 펼쳐지는 내구레이스 대회인데, 이 대회에서 우승하는 레이서와 자동차 제작 회사들은 이를 엄청난 영광으로 여기며, 명예까지 챙겨갈 수 있다고 한다.

우승자 명단을 살펴보면, 브루스 맥라렌이 보이며, 자동차 제작자 엔조 페라리, 윌리엄 오웬 벤틀리안드레 부가티의 자동차가 보인다. 이들의 이름을 딴 자동차는 오늘날까지도 초고가 럭셔리 자동차로 이름을 날린다.

르망 24

 


There's a point at 7,000 RPM... where everything fades. The machine becomes weightless. Just disappears. And all that's left is a body moving through space and time. 7,000 RPM. That's where you meet it. You feel it coming. It creeps up on you, close in your ear. Asks you a question. The only question that matters. Who are you?
7000rpm 어딘가엔 그런 지점이 있어. 모든 게 희미해지는 지점. 차는 무게를 잃고 그대로 사라지지. 남은 건 시공을 가로지르는 몸뿐. 7000rpm. 바로 거기서 만나는 거야. 네게 다가오는 느낌이 나. 귀에 바짝 붙어서. 질문 하나를 던지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넌 누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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